THAI SILK QUEEN

과거를 현대로 변주하는 실크 여왕, 피치타

피치타는 실크가 가진 천 가지 표정을 읽어내는 디자이너다.
‘실크여왕’이라는 영예로운 닉네임에는 정교하고 다루기 어려운 패브릭에 대한
그녀만의 고집스러운 철학이 자리하고 있다.
아틀리에 피치타는 태국 실크 패션을 설명하는 가장 명료한 형용이나 다름없어요. 많고 많은 소재 중 실크를 고집한 이유가 있나요?
어머니의 뒤를 이어 패션 디자이너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실크는 제게 운명으로 다가왔어요. 파리 유학에서 돌아온 80년대 중반, 방콕의 여성들은 거의 서양식 패션을 입고 다녔어요. 그걸 보고 오히려 전통을 살릴 수 있는 디자인을 연구하게 되었죠. 그래서 찾은 답이 태국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소재인 ‘실크’였어요.

흔히 하나의 대명사로 불리는 ‘타이 실크’에는 어떤 특징이, 그리고 어떤 매력이 있을까요?
보통 실크를 고급스럽지만 다루기 까다로운 소재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실크야말로 크래프티한 ‘손 맛’을 강조할 수 있는 최고의 소재에요. 중국 실크와 달리 태국 실크에는 강인함이 있어요. 중국 실크가 마냥 매끄러운데 반해, 태국 실크에서는 입체적인 텍스처가 느껴지죠. 덕분에 다양한 방식의 가공이 가능해요. ‘이게 정말 실크인가?’ 싶을 정도로 놀라운 모습으로 변신하기도 하고요.

전통도 전통이지만, 패션은 트렌드도 고려해야 하죠. 전통과 현대 사이에서 어떻게 조화를 꾀하나요?
태국은 지역마다 실크를 다루는 방식에 차이가 있어요. 패턴도 다르고요. 생각보다 스펙트럼이 넓은 소재랍니다. 요컨대 이번 시즌 트렌드가 ‘에스닉’이라면 북부 소수부족의 실크를 사용해 저만의 색깔을 입혀요. 소수부족이 그들만의 방식으로 실크를 완성하는 건 존중하되 그걸 현대적 감각으로 변주하는 건 오롯이 제 몫인 거죠.
아틀리에 피치타
Atelier Pichita
77/7 Ekkamai 12,
North Klongton, Watthana, Bangkok
Tel: +66 2 381 5390
메종 드 피치타(Maison de Pichita)’
‘실크 여왕’은 이제 디자인 제국을
어패럴에서 인테리어로 확장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도시를 지탱해온
과거의 화려한 문화유산,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방콕을
꿈틀거리게 하는 변화에 대한 희망을
모두 짊어지고 말이다.
최근 몇 년간 방콕은 디자인시티로 급부상해왔어요.
방콕의 디자인 신이 변모하는 걸 누구보다 가까이서 목도했을 것 같은데.
방콕서 태어나고 자란 방콕 토박이로 변화는 일상의 일부였지만, 요즘의 변화는 범위와 속도에서 놀라울 정도예요. 각국을 여행하지만 방콕만큼 빠르게 변하는 도시도 없는 것 같아요. 방콕은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 도시에요. 전통은 전통대로 유지되고 신 문물은 신 문물대로 유입되죠. 재미있는 건, 둘이 부딪혀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질서를 만든다는 거예요. 그런 복합 문화야말로 뉴욕이나 런던이 부럽지 않은 오늘날 방콕의 디자인 신을 완성하는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진짜 방콕’을 경험하고 싶다면 뭘 해야 할까요?
어떤 식으로든 실크를 경험하라고 하고 싶어요(웃음). 부드럽고 섬세하며,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온 전통을 소중히 여기는 동시에 다양한 요소와의 조화 또한 중요하게 여기는 ‘방콕식 삶’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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