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ESERT SAFARI

사막의, 사막에 의한, 사막을 위한

사막의 또 다른 이름은 여백이다. 아니 우주다.
베두인들의 ‘사막 살이’를 체험하고 나니 세상이 달라 보였다.
보름달이 뜬 밤, 아무것도 없는 사막에서 인생을 아끼며 살자고 다짐했다.
광활한 사막으로 달리는 4WD 지프차
기자에서 베두인이 운전하는 4WD 지프차로 5시간을 달려 이집트 서부의 깊은 사막인 베두인 마을 바하리야 오아시스에 도착했다. 흑사막, 백사막, 크리스탈 마운틴. 사막은 다 같은 사막인 줄 알았는데 이름은 제각각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광활한 사막이야말로 베두인들에게는 상상의 나래를 펴기 좋은 도화지 같은 곳이었을 터. 총 네 시간에 걸쳐 사막 곳곳을 돌아보고 백사막의 야영지를 오늘의 잠자리로 정했다. 베두인들이 설치한 천막 안에 미리 준비해간 침낭을 펼치는 동안 해가 기울고 어둠이 찾아왔다. 베두인 터번을 두르고 음식을 준비하던 모하메드가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늘밤에는 보름달이 뜰 것 같은데요?” 사막의 어둠과 적막에 적응하며 살았던 베두인들에게 보름달은 축복이었다. 보름달이 뜨면 베두인들은 모여서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거나 음식을 나눠먹으며 보름달 파티를 벌였다. 흔한 보름달조차 이들에겐 신이 주신 선물이었던 것이다. 저녁 메뉴는 다름아닌 ‘만샤프’였다. 만샤프는 밥 위에 양이나 염소고기를 얹고, 전통 요구르트인 슈르브를 끼얹어 슈라키빵과 함께 먹는 베두인들의 전통 음식이다. 베두인식 만찬을 즐기는 동안 밤하늘에 무수한 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천막은 수 많은 별들이 새겨진 ‘밀리언 스타 호텔’로 변신했다. 음식 냄새에 말로만 듣던 사막여우들이 출몰했다. 슈라키빵을 뜯어 던져주자 개처럼 덥썩 무는 모습이 친근했다. 생텍쥐페리는 <어린 왕자>에서 사막 여우를 철학적이고 친근한 동물로 묘사했다. 그의 묘사가 경험에서 비롯된 것임을, 사막여우와의 조우를 통해 실감할 수 있었다. 모닥불은 활활 타오르고 밤은 깊어만 갔다.
이렇듯 깊고도 넓은 세상을 접한 적이 있었던가. 사막의 밤은 인생을, 우주 속 나를 성찰하게 만들었다. 여백은 아름답다. 채우는 것도 좋지만 비우는 것에서 오는 위로가 있다. 공간도, 시간도 여백과 여유가 있을 때 진짜 아름다움을 갖게 된다.
곤로에 차를 끓이는 베두인
사막의 낭만적인 ‘캔들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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