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지붕 마을에서 쓴 여행 일기

행복하고 싶다면 두브로브니크로

Beach
Picnic
고독마저도 감미로운 해변의 피크닉
크로아티아에 오기 일주일 전 미리 예약해둔 피크닉 업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피크닉 매니저’ 알렉스와 올드 포트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정했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캐노피 때문일까. 한적할 걸로 예상했던 오전의 올드 포트는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스트라이프 매트가 포함된 피크닉 백을 배낭처럼 둘러메고 로크룸(Loklum) 섬으로 가는 보트를 예약했다. 고립된 성, 그 성 안에 사는 공작새 등 신비로운 전설을 품은 녹색의 오아시스를 둘러보고 나와 정작 피크닉 백을 푼 곳은 올드 타운이 아주 아련하게 보이는 연인들의 은신처였다. 바다와 성을 모두 품은 스베티 야코브(Sveti Jakov) 해변만큼 피크닉이 잘 어울리는 장소는 없다. 딜럭스 피크닉 세트에는 대표적인 달마티아 요리인 문어 샐러드는 물론, 비현실적으로 예쁜 마카롱, 아드리아의 강렬한 태양만큼이나 농염한 샹그리아 과일주와 아이스박스에 담겨 시원해진 화이트 와인까지 들어있다. 피크닉 팩을 건네주며 알렉스는 말했다. “경치만 감상하지 말고 느긋한 시간을 음미해 보세요.” 매트를 길게 깔고 모래 위에 누우니 올드 타운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그대로 전해졌다. 하늘에는 헤르만 헤세가 찬미했음직한 구름 조각이 양떼처럼 평화롭게 떠다녔다. 뚝 떼어 액자에 넣어두고 오래도록 보고 싶어질 만큼 근사한 피크닉이었다.
Kopun
Poljana Rudera Boskovica 7, Dubrovnik
Tel: +385 (0)20 323 969
www.restaurantkopun.com
걸음걸음이 행복해지는 골목과 계단
스타리 그라드(Stari Grad) 올드 타운과 성벽 길을 걸으며 이 도시의 속살을 헤집어 보기로 했다. 성벽 위에 올라서니 두브로브니크의 붉은 지붕과 푸른 아드리아해가 회화적인 대비를 이루며 도시 전체를 매혹의 무대로 펼쳐 보이고 있다. 구시가의 동맥이나 다름없는 플라차 대로로 내려와 유럽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약국이 있다는 프란체스코 수도원으로 향했다. 15세기에 만든 입구의 피에타 장식과 아담한 장미 정원이 눈길을 끄는 수도원의 약국에서 오래 전의 비법 그대로 제조한 장미 크림과 라벤더 크림을 구입했다. 대량 생산 시대에 수작업으로 제작되는 화장품이라니, 그 자체로 소장의 이유는 충분하다. 스타리 그라드의 좁은 골목들로 발길을 돌리자 활기찬 플라차 대로를 거닐 때와는 또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미로처럼 얽힌 아이스크림 가게, 기념품 상점, 주얼리 상점, 레스토랑들이 색다른 리듬감을 부여하고 있다. 꼭 숨바꼭질을 하는 기분으로 굽이 굽이 모퉁이를 돌아서니 길은 자연스럽게 카페 바 부자(Café Bar Buza)로 이어진다. <꽃보다 누나>에 나오면서 ‘절벽 카페’로 유명해진 바로 그 카페다. 수많은 관광객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된 카페는 이제 막 수평선 저 너머로 기울기 시작한 노을로 붉게 물들고 있다. 칠흑 같은 어둠이 지배하는 왕좌의 바다를 등지고 돌길을 더듬어 다시 올드타운 쪽으로 걸었다. 갈 때는 멀던 길이 올 때는 이상하게 가까웠다. 현지인에게 저녁 장소를 추천해달라고 하니, 대성당 뒤의 코푼(Kopun)이라는 레스토랑을 권했다. 그가 가르쳐준 대로 로맨틱한 바로크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성 이그나시에 성당 맞은 편에 조그마한 정원을 갖춘 카페테리아 형태의 레스토랑이 아늑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16세기 두브로브니크의 유명 작가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는 닭 요리를 주문했다. 턱시도를 멋지게 빼 입은 레스토랑 오너의 추천 메뉴이기도 했는데 오렌지와 꿀 소스가 육즙과 어우러지는 게 삼킬 때마다 감칠맛이 났다.
Kopun
Poljana Rudera Boskovica 7, Dubrovnik
Tel: +385 (0)20 323 969
www.restaurantkop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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