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NEZIA AND MURANO GLASS

불과 얼음이 만나 일군 황홀의 결정체

무라노 글라스는 베네치아 유리공예의 진수다.
반짝이는 물빛처럼 투명하고 아름다운 세공품은 물의 도시를 매혹으로 이끈다.
크고 작은 유리 공방들이 모여있는 무라노 섬
투명한 물 위로 반짝이는 물결이 일렁인다. 아침 햇살을 머금은 베네치아의 풍경이 지나는 이들의 얼굴을 환하게 수놓는다. 아침부터 복잡한 골목길을 가로질러 바포레토를 탔다. 수로를 따라 늘어선 건물 사이로 작은 다리가 이어지고, 물그림자가 벽을 물들이는 유리의 섬 무라노가 시선 끝에 걸린다. 베네치아의 글라스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1000년이 넘도록 세공해온 유리공예 기술 덕분이다. 베네치아의 크고 작은 유리공방은 모두 무라노 섬에 있다. 작은 섬 무라노에 유리공예 공방이 모여든 이유는 조금 아이러니하다. ‘물의 도시’라 불리는 베네치아였지만, 유리 공방은 불과 가장 가까운 곳이었다. 종종 화재가 일어나자, 베네치아 대의회는 1291년 유리공들이 무라노로 이주하도록 명했다. 도시 안전을 위해서였다.
모래는 1400도의 뜨거운 담금질을 거쳐 유리가 된다
무라노의 명성은 높아만 갔다. 유럽 문화가 가장 화려하게 꽃핀 르네상스와 맞물려 화려하고 섬세한 유리세공품이 인기를 구가했다. 15세기 무라노 유리장인들은 투명한 크리스털(cristallo)을 만들었다. 언뜻 보면 도자기처럼 보이는 일명 ‘우유 유리(lattimo)’도 개발했다. 섬세하고 놀라운 베네치아 유리공예의 이름이 높아질수록 불안해진 정부는 세공의 비밀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유리장인들을 무라노 섬에 가뒀다. 심지어 섬 밖으로 도망치는 이들은 거액의 벌금을 물거나 5년간 갤리선에서 노를 젓는 형벌을 받기도 했다.
무라노 유리의 성분은 놀랍게도 70%가 모래다. 대부분의 물질이 모래인 유리가 1400℃의 뜨거운 가마에 담금질 되면 유리가 된다. 섬 곳곳을 차지한 공방과 골목길 상점에는 화려한 유리 꽃병과 샹들리에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유리공예가의 후예들은 여전히 무라노에 남아 유리를 만든다. 화려한 세공품에 비해 골목은 소박하다. 투박한 골목길에 세공된 이들의 시간이 여행자의 발길을 어지러이 뒤흔든다.

홈페이지

공유

공유하기

구독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