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LL INTO THE ART, SHIGA

지붕 없는 미술관, 시가

아직 시가현에 가보지 못했다면 첫 일본 여행은 으레 온천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도 좋다.
시가현에는 현대와 과거, 동양과 서양이 조화롭게 공존하며
특별한 감동을 전하는 미술관이 있으니 말이다.

컬렉션은 고대와 현대, 동양과 서양을 아우른다.

미호 박물관의 최대 화제작 ‘심포니’

입구에서 표를 끊은 뒤, 이제는 꽃이 지고 가지만 남은 벚나무 산책로를 오른다. 새들의 지저귐이 반가운 그 길은 곧 길고 신비로운 황금빛 터널로 이어진다. 기대 반 궁금증 반으로 터널을 빠져나가면 물감을 풀어놓은 듯 눈부신 파란 하늘과 공중에 아치처럼 드리운 다리가 펼쳐진다. ‘다음엔 뭐가 나올까?’ 수수께끼의 답이 궁금해질 무렵, 미호 미술관이 산자락 끝에서 차분하게, 그러나 위엄 있게 방문객을 맞는다. 미호 미술관(Miho Museum)은 1997년 11월 능선이 깊은 시가현 시가라키산 중턱에 문을 열었다. 창립자 고야마 미호코가 아름다움, 평화, 기쁨을 증진하기 위해 시작한 컬렉션은 결국 미술관이라는 엄청난 걸작으로 귀결되었다. 미술관은 파리 루브르 박물관의 유리 피라미드 같은 세계적 랜드마크로 유명한 건축가 이오밍페이가 설계했다. 디자인은 중국의 고대 작가 도연명이 쓴 ‘복숭아 꽃의 봄’이라는 작품에 묘사된 유토피아에서 영감을 얻었다. 꽃이 만발한 복숭아나무 숲의 향기에 이끌려 동굴을 배회하는 어부에 관한 이야기로, 동굴 바깥으로 나온 그는 모두가 어우러져 즐겁게 사는 이상적 마을을 발견한다. 그러니까 지금 나는 동굴 밖을 빠져나온 어부이고, 미호 미술관은 내가 발견한 유토피아인 것이다. 건축가의 재치 있는 아이디어에 미소 지으며 미술관 안으로 들어선다. 미술관은 이집트, 서아시아, 그리스, 로마, 남아시아 및 중국 같은 지역의 고대 예술을 망라한, 실로 엄청난 컬렉션을 품고 있다. 여기에 일본의 현대미술이 더해져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눈부신 스카이라이트의 로비는 미술관에서 가장 상징적인 공간이자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인증샷을 남기는 ‘포토 포인트’다. 이곳에 서서 시가라키산을 보고 있으면 깊어가는 계절을 온 감각으로 느낄 수 있다.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술관이라고 불리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열정적인 수집가의 인생이 응축된 컬렉션은 물론이고, 눈앞에서 펼쳐지는 시가현의 파노라마는 감탄을 넘어 가슴에 긴 여운을 남긴다.
카페마저 예술!
미호 미술관에 들렀다면 잊지 말고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 미술관 내부에 있는 ‘파인 뷰 티 룸(Pine View Tea Room)’이다. 이곳에서는 100% 오가닉 자연 농업 방식으로 생산된 로컬 재료로 만든 맛있는 샌드위치와 디저트류를 향긋한 차와 함께 맛볼 수 있다. 이름처럼 소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어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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