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WEEN CALM AND PASSION, OSAKA

냉정과 열정 사이, 오사카

여행을 채우는 10%. 그것은 도시 속에 깃든 문화를 탐방하고 탐구하는 일이다.
오사카라는 형형색색 문화도시에서
전통과 현대의 흥미로운 충돌을 기록했다.
사카이가 600년 전통을 고집하는 이유
잔뜩 찌푸린 하늘을 이고 오사카 남쪽으로 향한다. 분주한 오사카 남쪽에는 여유로운 항구도시 사카이가 있다. 사카이는 일본 3대 칼 및 날 도구 생산지 중 하나다. 특히 장인이 직접 손으로 단조한 칼이 유명해 일본 내 전문 셰프가 사용하는 점유율이 98%에 이른다. 일본 요리의 엄청난 붐과 결합된 사카이만의 놀라운 기술은 이제 전 세계 셰프들로 하여금 이 특별한 칼날에 주목하게 하고 있다. 여전히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사카이 칼은 최소 4명의 장인과 일곱 단계의 공정을 거쳐 완성된다. 단조 칼은 불, 쇠, 물이 빚어내는 예술품이다. 공정은 크게 단조, 갈기, 손잡이 부착 등 세 단계로 나뉜다. 공장의 분업은 놀랍다. 괜히 세계적인 칼이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각 단계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수행하는데, 필요한 공정에서 자신만의 특별한 기술을 연마한 장인이 기량을 뽐낸다. 다른 생산 지역이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의 품질이 유지되는 절대적 이유다. 요리에 대한 열정이 있거나 단순히 칼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일본 칼은 훌륭한 선물이다. 한 세대에서 다른 세대로 세심하고 정밀하게 전해지는 600년 된 공예품의 완성도. 그 아름다움에 형언할 말을 잃은 채 마음을 빼앗긴다.
시그너처 바에서 즐긴 바르셀로나 미식
시원한 맥주와 샴페인에 끌리는 오후다. 오사카에는 일본의 전통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다. 힙한 글로벌 감각도 공존한다. 오사카가 얼마나 다채로운 도시인지 미감으로 느끼기 위해 주오구 혼마치의 세인트 레지스 오사카 호텔로 향했다. 호텔에는 놀랍게도 50m 높이의 야외 정원이 있다. 이름하여 ‘샴페인 가든(Champagne Garden)’이다. 멀리 가긴 싫고, 도심 속 푸른 정원에 파묻히고 싶을 때 찾고 싶은 곳이다. 청량한 밤공기와 불을 밝힌 도시의 빌딩은 여흥을 돋운다. 샴페인 잔을 쥐고 정원에 앉으면 축하할 일이 없더라도 축하하고 싶어진다. ‘바르셀로나 프리미엄 미식가 투어’라는 재미있는 이름의 코스를 주문하자 모둠 타파스와 하몽 세라노 햄, 그린 올리브, 고기 요리와 해산물 파에야 등 푸짐한 한 상이 차려진다. 18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페리에 주에 샴페인부터 향긋한 스페인식 샹그리아와 셰리 칵테일, 스페인 와인, 하이볼에 이르기까지 낭만의 밤을 축하할 수 있는 다양한 음료도 곁들여진다. 세련된 공간에 울려 퍼지는 라이브 재즈 음악은 이 우아한 향연에 아름다움과 향기를 더해준다. 스페인 음식과 재즈의 매력에 흠뻑 젖어 있는 동안, 이 도시의 매력을 좀 더 들여다보고 싶은 이유가 하나 추가된다.
미쉐린3스타 레스토랑 ‘가시와야’
모든 메뉴는 제철, 로컬 식재료를 사용한다.
마쓰오 히데아키 마스터 셰프
전설적인 마스터 셰프의 요리를 맛보다
일본 하면 정갈한 일본 정원이 딸린 집이 떠오르곤 한다. 오사카는 이런 세심함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주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사를 자아내는 담과 지붕, 간판이나 명패 하나 없는 문 뒤에 숨겨진 멋진 안뜰 같은 것 말이다. 오사카는 활기차고 낭만이 가득한 도시다. ‘천상의 부엌’이라는 별칭이 말해주듯 먹거리가 넘쳐난다. 나뭇잎이 흩날리는 비밀스러운 길부터 가파른 계단을 따라 수백 년은 족히 된 동네로 올라갔다. 유서 깊은 건물들 사이에서 꼭 한 번 점심 식사를 하러 가고 싶었던 전설적인 레스토랑 ‘가시와야’를 찾을 수 있었다. 가시와야 오사카 센리야마는 일본의 전통 다도실 스타일로 디자인된 레스토랑이다. 다다미가 깔린 방과 도코노마 응접실은 현대적인 스타일로 꾸며져 있다. 현대적인 일식으로 구성되는 메뉴는 단 여덟 가지로 제한된다. 게다가 매월 바뀐다. 제철 재료 활용과 요리의 계절 감각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마쓰오 셰프는 현지 공급자로부터 재료를 공수해 일본 전통 요리에 반영하는 작업을 반복해왔다. 지난 13년간 미쉐린 3스타를 유지해온 마쓰오 히데아키 셰프에게 오랫동안 명성을 지켜온 비결을 물으니 “그저 해야할 일을 조금 더 열심히 할 뿐”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새우젓에 절인 복어와 사케로 삶은 복어를 순무국에 띄운 그의 요리만큼이나 담백한 답변이다. 음식은 기대했던 만큼 맛있었고,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풍족했다. 전설적인 셰프에게 계절과 자연의 변화만큼 영감을 주는 건 어디에도 없었다. 계절이 물든 가시와야의 정원에 앉아 미식이란 맛과 아름다움, 삶을 대하는 경건한 태도를 갖춘 음식이 아닐까 생각했다.
모던함의 극치에서 만끽하는 휴식
여러 가지 요소가 뒤섞인 도시는 디자인의 가치와 미래의 공간을 거듭 생각하기에 좋은 예를 제공해준다. 나카노시마 페스티벌 웨스트 타워 최상층을 점하고 있는 콘래드 오사카는 예술로 한껏 무장한 호텔이다. 5개의 레스토랑과 스파, 전 객실에서 천장부터 바닥까지 내려오는 대형 창문을 통해 오사카 전경을 아우를 수 있다. 호텔의 하이라이트는 저녁이면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꼭대기층의 ‘40’ 스카이 바다. 40층에 위치해 있다고 해서 ‘40’으로 명명된 이 스카이 바는 오사카의 초현실적인 스카이라인을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오사카의 문화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된 이곳만의 칵테일은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준다. 스펙터클한 호텔의 나선형 계단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된 애프터눈 티는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전통과 모던의 조화를 보여준다. 이곳에서 맛볼 수 있는 올데이 다이닝 메뉴 또한 더없이 ‘글램’한 도시의 오후와 저녁을 즐기기에 좋은 선택이다. 지나고 나면 휴식도 여정의 일부가 된다. 그저 여유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오사카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전통은 현대로, 현대는 전통으로
기름진 평야와 깨끗한 물에서 좋은 쌀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쌀에서 다시 좋은 술이 빚어진다. 오사카 남부 이즈미사노시에 있는 기타쇼지 사케 양조장(Kitashoji Sake Brewery)에서 만든 사케 역시 오사카의 명물로 꼽힌다. 4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이 양조장은 자체 브랜드인 ‘쇼노 노 사토’와 현지 농부와 합작해 만든 ‘니와다니’ 브랜드의 사케를 만든다. 추수가 시작되는 가을이면 양조장은 분주해진다. 새로 빚은 사케를 맛보려는 사람들과 누룩 익어가는 냄새로 가득 찬다. 양조장 1층에는 간단한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카페가 있으며, 2층에는 100년 된 일본식 오픈형 펍(pub)이 있다. 100년 역사가 믿기지 않을 만큼 보존이 잘되어 있는 펍에 앉으면 이즈미사노의 평화로운 논이 한눈에 들어온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해가는 동안, 이곳만큼은 역사와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다양한 향과 맛이 겹치는 사케는 음미할수록 오묘하다. 과거의 맛과 현대의 맛이 고루 느껴진다. 자고로 술과 친구는 오래될수록 좋다는 옛말, 틀린 것이 하나도 없다.
계절 감각을 살려 개발하는 아지키초 분부안의 가이세키
아지키초 분부안의 전경
아지키초 분부안의 별실
스토리텔링이 있는 가이세키 요리
주오구 혼마치 가덴시티 지하 1층에는 미쉐린 별점에 빛나는 가이세키 전문 레스토랑이 있다. 아지키초 분부안이다. 도시 중심에 있지만 자연 수목과 이끼, 자연석으로 꾸며진 고풍스러운 실내 정원을 갖추고 있어 꼭 오사카 교외로 소풍을 나온 것 같다. 이곳의 요리는 제철 재료를 사용한다. 매달 바뀌는 메뉴 구성은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다. 메뉴는 하나의 예술 작품과 다름없다. 맛도 식감도 훌륭하지만 모든 메뉴가 스토리가 있고, 개성이 넘친다. 계절 따라 달라지는 식재료, 조리법에 어울리는 니혼슈와 와인 종류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아지키초 분부안의 가이세키는 밥상을 건네받은 사람에게 세심하게 대화를 건넨다. 전통과 모던을 오간 레스토랑을 나오며 오사카의 매력을 다시금 음미한다. 천상의 부엌은 지상의 부엌이 되었다. 다양하고 유연하며 낭만적이고 활기찬 이 도시가 앞으로의 수백 년도 잘 버티고 건재할 것임을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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