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o Jeong Woo

클래식 음악으로 이끄는 징검다리, 유정우 박사

“대중에게 클래식 음악을 알리는
입장에서 제 주장을 펼치기보다
여행 가이드처럼 음악으로 함께
떠나자고 이끄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제 강의를 들어본 분들은 ‘클래식이
어렵지 않고 친근한 음악이구나’라고들
말씀하시는데, 여러 문화적 요소를 섞어
단순한 음악 해설이 아니라 유럽을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구성하고 있어요.”
Q. 의사보다는 음악 칼럼니스트라는 직함이 더 익숙하게 들릴 정도로 부캐가 유명해지셨어요. 어떻게 음악 칼럼니스트가 된 건가요?
A. 음악 칼럼니스트로 활동한 지 어느새 20년이 넘었네요. 1990년대부터 PC통신 하이텔 고전음악 동호회에서 클래식 음악관련 평을 썼는데, 운좋게 공연 예술 매거진 <객석>에 컬럼니스트로 데뷔했고, 이후 음악 해설 전문 강사로까지 자리잡게 되었죠. 전문의 자격증을 딴 후엔 서울강북삼성병원에서 근무했는데, 음악 일을 함께할 시간이 나지 않아 아예 개인 병원으로 옮겼어요. ‘덕업일치’나 ‘본캐’, ‘부캐’ 같은 신조어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음악 일을 병행하며 두 가지 유정우로 산 셈이죠.
Q. 평론가보다는 칼럼니스트로 불리길 선호하신다고 들었어요.
A. 호칭은 중요하지 않아요. 제가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건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과 더 친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니까요. 제 강의를 들어본 분들은 ‘클래식이 어렵지 않고 친근한 음악이구나’라고들 말씀하시는데, 문화적 요소를 섞어 단순한 음악 해설이 아니라 유럽을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구성하고 있어요. 음악이 태어난 배경과 음악을 만든 사람, 그 사람을 키워낸 곳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해야 제대로 들리는 법이니까요.
Q. KALPAK에서도 이미 특별한 음악 여행 가이드로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죠.
A. 중간에 코로나19로 전혀 여행할 수 없는 기간이 있긴 했지만 벌써 10년째 인연을 맺고 있으니 감사한 일이에요. 그룹 투어지만 개개인의 취향을 최대한 존중하는 여행 방식도 마음에 들고, 진심을 다해서 일하는 관계자분들의 태도도 좋아요. 무엇보다 보통 유럽의 음악 페스티벌에 참가하려면 주최 도시까지 찾아가는 일 자체부터가 어려운데, 다른 문제가 다 해결되는 투어인 만큼 참가하는 분들의 만족도도 높은 것 같아요. 저 역시 매년 뿌듯함을 느끼고요.
1939년 12월 31일 송년 음악회로 시작되어 1941년부터 매년 1월 1일에 열리고 있는 빈 신년 음악회
Q. 여행 자체도 낭만적인데 음악이라는 키워드가 더해지면 더 환상적인 경험이 되는 것 같아요.
A. 사실 유럽이라는 곳이 여행만 가도 좋은 데지만, 특히 짧은 기간 동안 펼쳐지는 음악 페스티벌을 즐긴다는 건 가장 고급문화이자 현지인들도 한 번쯤 경험하길 열망하는 축제예요. 그 현장에 있다는 건 남다른 경험이고, 다녀오고 나면 어떤 분들은 인생과 가치관이 바뀌었다고도 말해요.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동력이 되는 셈이죠.
Q. 올해 신년 음악회의 관전 포인트를 알려주세요.
A. 이번 빈 신년 음악회는 연주 수준이 매우 높을 거예요. 워낙 빈 필하모닉이 잘하기도 하지만 크리스티안 틸레만(Christian Thielemann)이라는 독일 최고의 지휘자가 등장해 기대를 한 몸에 모으고 있죠. 오케스트라를 항상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카리스마 넘치는 인물로 연주 완성도가 매우 높아요. 음악 본고장의 가장 경건하고 클래식한 매력을 잘 보여줄 것 같습니다.
Q. 연말을 맞아 독자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A. 우리가 보통 무엇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고 하잖아요. 여행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모든 것이 갖춰진 상태에서 떠나려다 이미 늦은 경우가 많으니까요. 요즘은 천재지변 때문에 수많은 여행지의 환경이 점점 바뀌고 있고, 영원할 것 같은 유적지들이 파괴되기도 하죠. 여유가 된다면 갈 수 있을 때 가보자는 게 제 생각입니다. 매년 잘츠부르크를 가다 보니 단순히 머리를 식히는 걸 넘어서 제게 또 다른 고향이 되었어요. 독자 여러분에게도 또 하나의 고향이 생기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올해 빈 신년 음악회는 현시대에 가장 핫한
독일 지휘자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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